편지보내기    정은정 / 허남혁

             연구주제

저의 관심사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지리학의 발생과 성장의 기반이었으면서도 20세기 들어 자연지리학 쪽으로 완전히 넘겨주고 외면했던 '자연'의 문제를 인문지리학 연구에 다시 끌어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자연'(그리고 '환경')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검토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연구주제는 비판지리학과 진보적 생태주의의 관점('사회적으로 생산(구성)되는 '자연'이라는 입장)에서, 사회 속에 만연되고 있는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과 그에 따른 각종 이데올로기들을 드러내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환경문제는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따라서 자연과학자와 공학자들의 문제라는) 낙관론적 입장, 파괴되지 않은 남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낭만적 자연주의적 입장, 그리고 환경주의 담론에 아직도 내재해 있는 자연의 '절대적 한계'와 '희소성'에 관한 신맬더스주의적 비관론 등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와 함께 우리 사회에 이러한 신화가 구체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양상들(학술담론, 학제, 초중등 및 대학교육, 사회제도)을 검토하고자 합니다.

두번째 연구주제는 그동안 비판지리학에서 '사회'와 '공간'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그쳤던 것에 대해, '자연'을 중요한 요인으로 집어넣어 '사회', '공간', '자연'의 상호작용 속에서 국토와 지역문제를 역사적으로 탐색하는 것입니다. 일제하 식민지 근대화 시대부터 시작하여 박정희 정권의 압축적 경제근대화의 시대, 그리고 현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지역과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탐색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낙동강의 역사 (안동, 구미, 대구 지역 - 경북 남북축), 금호강의 역사 (대구, 경산, 영천, 포항지역 - 경북 동서축), 경북 북부지역의 농업 농민 농촌지역사, 서해안 지역사 (간척과 개발의 역사), 태백 지역사 (탄광개발과 생태적 변형, 숲과 화전의 역사) 등과, 이들의 총체로서의 남한 국토개발과 자연 생산의 역사입니다.

세번째 연구주제는 두 번째 주제를 더욱 좁혀, 농업과 식품, 농민과 도시 소비자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것입니다. 농업과 식품문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위의 두 가지 연구주제와 부합합니다.

농업/농촌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첫째, 자연과 사회의 접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라는 점에서, 둘째, 여전히 우리 국토와 환경의 거의 대부분이 농촌공간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세째, 우리나라에서 농민이 그간 사회발전 과정에서 가장 소외되어온 계층이라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식품문제에 대한 관심은 식품문제가 농업/농촌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비판적 인문지리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정치생태학, 환경사, 비판지리학(경제지리, 사회지리, 문화지리, 역사지리, 환경지리, 농식품지리) 등을 주요한 접근방법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남한과 북한을 중심으로 하고(각 지역별 및 국가수준의 연구), 동남아시아, 일본, 중남미(니카라과, 쿠바 등) 등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물론 지리학에서 전지구적인 포커스는 기본입니다. 전지구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지역을 파악하는 것이지요).

2004.1.10 updated